의정부 교구 주엽동 성당(주임 신부 김오석 라이몬드, 031-921-2303)에서 작가 공지영,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전 바티칸 대사 성염, 가톨릭 뉴스 지금 ․ 여기의 주필 한상봉 등, 네 분이 4주 동안 사순절 특강을 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한결같이 교회의 사회참여와 해방신학에 집착하면서 논란거리를 제공하였던 분들이 과연 이 사순절에 어떤 강연을 하게 될지는 불을 보듯 명확합니다. 작가 공지영 씨는 평신도로서 사회참여에 적극적이었지만 여러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며, 해방신학자인 김근수 씨는 남미의 엘살바돌에서 해방신학을 공부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는 남미에 해방신학이 있다면 한국에는 현장신학이 있다고 했습니다. 전 교황청 대사 성염 씨는 2014년 2월 시국미사에서 두 분 추기경이 어둠의 세력을 길러내고 있다고 비난하여 막말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남미의 구티에레스 신부의 ‘해방신학’을 번역한 바 있습니다. 한상봉 기자는 구원은 내세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해방신학의 가르침에 근거한 ‘지금•여기’라는 인터넷 신문의 주필을 맡고 있습니다. 한상봉 기자는 조규만 주교님의 보편적인 가르침을 게재한 2월 1일자 서울교구 주보의 글에 대하여 첨언과 과장이 곁들여진 저질적이고 선동적인 비난을 퍼부은 바 있습니다.

2013년에 이석기 통진당 의원이 구속되었을 때 의정부교구에서는 강론 중에 박근혜 정부는 독재를 자행하고 있으며, 죄없는 애국자를 무고하게 수감하였다고 말하는 신부님이 꽤 있었습니다. 아직도 이들 신부님들은 70년대의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서처럼 한국에 해방과 혁명이 필요하다는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신도들은 각자 자기분야에서 장기간 연구와 실적을 쌓아올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정치, 안보, 경제 분야에서 신부님들이 평신도보다 지식이나 경험이 많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피상적인 사회교리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일어난 해방신학에 대한 어설픈 지식만으로 세상을 재단하면서 한국이라는 사회에 혁명과 해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제들이 들끓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비극적인 일입니다.

신부가 미사 중 강론에서 세상의 삶에서 신자들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인도한다는 생각은 잘못입니다. 신부는 하느님의 말씀을 열과 성의를 다하여 신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그 본분입니다. 그 다음은 신자들 몫입니다.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듣고서 이를 기쁘게 받아들여 백배에서 천배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인지, 번잡한 세상의 걱정 속에서 가시덤불에 빠진 씨앗처럼 말씀이 숨이 막혀 자라지 못하든지, 아니면 사탄의 유혹에 빠져 씨앗이 햇볕에 타버리게 되든지 모두 이는 신자의 몫입니다. 이 모든 것이 받아들이는 사람의 환경과 의지에 따라 말씀이 열매를 맺기도 하고 말씀이 헛되이 사라져버리기도 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사도적 권고 ‘사랑의 성사’ 46항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강론의 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론은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하게끔 도움으로써 그들의 삶에서 열매를 맺게끔 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제들은 성경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충실이 준비하여야 하며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강론은 피해야 합니다. 특히 강론자들은 그가 하는 강론을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이 참으로 교회의 활력과 버팀이 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강론의 교리교육적 목적과 교훈적 목적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저는 이 글에서 위에 열거한 사순절 강사들을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앞 뒤 정황을 볼 때, 이 사순특강을 기획하고 실시하는 주임신부님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순특강을 하는지 솔직히 그 의도가 의심스럽습니다. 혹시 주임신부님은 신자들로 하여금 삶에서의 진정한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하여 사순특강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반국가의 씨앗을 평신도들의 마음속에 뿌려서 이들 신자들이 후일 마음속에 신앙의 열매 대신 혁명의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하여 사순특강을 기획하신 게 아닌가요? 설마 그런 의도에서 사순특강을 신자들에게 실시하지는 않으시겠지요?

말을 물가에 데려가더라도 물을 마시느냐 마시지 않느냐 하는 것은 말에 달려 있습니다. 말이 목마르면 물을 마실 것이요, 목마르지 않으면 물을 마시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좋은 말씀과 좋은 환경이 있더라도, 듣는 사람의 열정과 의지가 있어야 신자 한사람이라도 말씀의 열매를 맺어 하느님의 충실한 종으로 거듭 태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을 감언이설로, 또는 영웅적인 변설로 매혹시킨다고 해서 그들이 당신들 생각처럼 혁명의 전위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헛된 망상입니다.

 

그렇지만 당신들의 꿈은 절대로 성취되지 않습니다. 평범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평신도들이지만 이미 그들은 당신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어리석은 짓거리를 하지 말아 주십시오. 진정한 하느님의 종, 신앙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양들을 편히 쉬라고 물가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은혜의 시기, 사순시기의 전도사롤 다시 선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해방신학은 혁명과 해방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성경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현실이 우선이며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성경구절만 취사선택하여 믿는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신앙도 혁명이요, 정치입니다. 앞으로 우리 교회가 언제까지 험악한 모습을 보이고 언제나 평신도와 사제의 거룩한 연대가 이루어져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을 이룩할 수 있을까요? 태평성대가 오는 것을 악몽으로 알고 끝없이 분탕질을 치며 살아가는 인간들, 이 나라를 지옥에 빠트리고자하는 혁명의 꿈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반항아들 때문에 나라가 계속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신부님! 이제 그만 내려놓으십시오. 신자들을 어떻게든 조종하고 자신들의 추한 정치적 목적으로 끌어들이고자하는 그 더러운 욕심을 버리십시오. 신부님이 목자로서의 참된 본분으로 다시 돌아오실 때 이사야 서 65장의 말씀처럼 이 나라도 언젠가는 늑대와 새끼양이 함께 풀을 뜯고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는 평화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