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루카 10,25-37)에서 예수님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율법교사의 물음에 예수님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정신을 다해서 주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당신 자신처럼 사랑하십시오.”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러자 율법교사는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였으며, 이에 예수님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는 도중 강도를 당하여 초주검이 되도록 얻어맞고 길가에 버려집니다. 사제나 레위인은 이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만 사마리아인은 피해자를 가엾게 여겨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는 여관주인에게 두 데나리온을 주며 피해자를 돌보아주도록 부탁하였고 추가로 비용이 들면 자기가 돌아올 때에 계산하겠다고 여관주인에게 이릅니다.”

예수님은 강도를 당한 유대인을 구출한 사마리아인의 예를 들며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한 사람, 즉 착한 사마리아인이 강도를 당한 피해자에게 이웃이 되어준 사람임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 우화에는 보다 심오한 뜻이 있습니다. 인간의 구원을 위해서는 이 성경에 숨겨진 영적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대교회의 열정적인 신학자 오리게네스 (185년경–254년경)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람에게서 아담,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음으로써 타락한 남자의 운명을 봅니다. 예루살렘은 천상의 도읍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천상낙원에서 쫓겨났습니다. 레위인은 율법을, 사제는 제사를　상징하며 이들은 피해를 당한 유대인에게 어떠한 구원도 되지 못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면서 율법의 정결례에서 요구하는 잡다한 규정을 무시하고 오직 물에 몸을 담구기만 하는 침수만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는 당시 혁명적인 가르침으로서 기득권에 젖어있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세례자 요한은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였습니다.

제사를 담당하던 사제는 형식적이고 겉치레뿐인 제사애 빠져　있었습니다. 요엘　예언자는 ‘너희는 옷이 아니라 마음을 찢어라’고 하며 참된 회개를 요구하였으며 (요엘 2,13), 아모스 예언자는 “나는 너희가 나에게 바치는 번제물, 곡식제물, 친교제물을 거들떠 보지 않는다. 다만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아모스 5,22-24)　고 외쳤습니다.

이 우화에서 예수님이 거론하신 ‘착한 사마리아인’은 바로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그리고 강도는 적개심과 질투심에 가득 찬 사탄입니다.　예화에서 ‘어떤 사람’은 순례　중에 있는 지상의 교회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목적지는 천상이겠지만 중간에 강도를 당하여 상처입고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는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이 세상의 쾌락에 몸을 맡기고 영혼에 깊은 상처를 입은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인간을 구하기 위하여 천주 성자께서 인간으로 강생하셨습니다. 여관은 바로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교회이고 여관 주인은 사도와 제자들의 후계자, 즉 주교와 사제들을 뜻합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다시 오겠다는 약속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지금 예리코에서 예루살렘으로, 즉 천상도읍으로 향하고 있는 순례중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여정에서 우리는 사탄에 의하여 영혼이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수도 있으나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착한 사마리아인, 구세주가 계십니다. 우리는 미사성제를 통해서 구세주를 만납니다. 또한 천사와 성인들이 천상에서 성인들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성도)의 통공을 이루며 우리의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우리는 교회(여관)에서 주교의 보조자 사제(여관주인)들이 드리는 미사를 통하여 나약하고 무기력한 영혼의 치유를 받고 힘을 얻어 천상영광에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재림에 대해서는 종말은 밤고양이처럼 올 것이며(1테살 5,2) 그때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는 빛의 자녀답게 깨어있으며 천상의 집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는 천상의 본향으로 향하는 동안 예리코에서 강도를 당한 유대인처럼 헤아릴 수 없이 사탄의 공격을 받고 영혼의 길을 잃고 방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착한 사마리아인,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계십니다. 우리 영혼이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에 우리 영혼의 안식처 교회로 와서 주님을 만나십시오. 그분은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우리의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부어 씻어주시고 영혼의 상처를 치유해 주실 것입니다.  

(2025.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