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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기적처럼 피어난 사랑의 꽃

-- 막시밀리안 콜베 --

김원율 안드레아 (반포1동)

교회는 오눌과 내일, 두번의 특별한 날을 기념합니다. 오늘 8월 14일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자비의 순교자’로 부르며 1982년 시성하신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 성인의 기념일이며, 8월 15일은 대한민국의 수호성인이신 성모마리아께서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하늘에 오르신 성모승천대축일입니다. 이날은 대한민국이 일본의 압제에서 해뱡된 날이자, 한국 정부가 세워진 날이기도 합니다.

콜베 성인은 1894년 폴란드에서 출생하였고 어릴 때부터 성모신심이 남달랐습니다. 그가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 성모님이 흰색과 붉은색 두개의 관을 들고 어린 막시밀리안에게 나타나시어 “이 중 어느 관을 갖고 싶니?”하고 물으셨다고 합니다. 여기서 흰색의 관은 순결을, 붉은색의 관은 순교를 뜻한다고 성모님께서 말씀하셨으며 그는 “둘 다 주세요”하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성모님은 빙그레 웃으며 사라지셨다고 합니다.

후일 성인은 프란치스코회에 가입하여 수도사가 되였으며, 1918년 사제로 서품됩니다. 콜베신부는 1930년 4월 24일 일본 선교를 위해 나가사키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는 나가사키에서 친동생 알퐁소 신부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이중 한국에 관한 구절이 있습니다.

“원죄없으신 성모님께서는 우리를 나가사키까지 무사히 인도하셨다. 우리는 폴란드의 바르샤바를 떠나 기차로 시베리아, 만주를 거쳐 12일만에 한국의 부산에 도착하였다. 한국은 내가 전혀 모르는 나라였는데, 그 경치를 구경하고 또 구경하여도 싫증이 나지 않는 아름다운 나라였다. 여기서 놀라운 일을 알게 됐다. 배에 오르기 전 시간이 있어 미사를 드리고 싶었으나 성당이 어디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원죄없으신 성모님께서는 그 언제나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를 다스리실 것이며, 거룩한 당신 아들 나라를 세우실 것인가!” (마리아 비노프스카 저 ‘막시밀리안 콜베’ 212-213쪽에서)

콜베 성인이 염원한 바대로 한국은 수호성인이신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마리아의 보호아래 지구상에서 성모신심이 가장 열정적인 나라로 성장하였습니다. 콜베신부는 나가사키에서 일본어 잡지 ‘원죄없으신 성모의 기사(無原罪の聖母の騎士)’를 창간하였습니다. 그는 선교와 ‘성모의 기사’ 잡지의 보급에 너무나 많은 기력을 소진한 탓에 건강을 해쳐 1936년 폴란드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핇자는 콜베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 2010년 나가사키에 성인이 만드신 루르드의 성모 동굴을 순례한 적이 있습니다.

1939년 독일의 폴란드침공이 개시되었고 1941년 5월 이 자비의 순교자는 유대인을 도왔다는 죄목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히게 됩니다. 이 수용소에서 이 땅 위의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이 완벽하게 말살되는 극악무도한 일들이 펼쳐졌습니다. 오장육부를 찢어내고 잠마저 앗아가는 혹독하고 끊임없는 굶주림! 낮이나 밤이나 몸을 떨게하는 추위! 이 지옥에서 유일하게 생면부지의 이웃을 위해 죽어간 사랑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다음은 폴란드 작가 마리아 비노프스카(Maria Winowska)가 쓴 ‘막시밀리안 콜베’(김동소 옮김, 성바오로출판사)에서 인용한 콜베신부 순교의 생생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목마름과 배고픔, 구타를 이기지 못하고 탈출하는 사람이 생겨났고 수용소장은 탈주자 한 사람당 10명을 지목하여 아사(餓死)방에서 굶겨죽이는 벌을 내렸다. 지목받은 그들중 한사람이 열에서 나오며 울부짖었다. “아, 불쌍한 마누라와 아이들을 이제 다시 못보게 되었구나!”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한 사람의 포로가 놀라고 있는 동료들을 헤치며 열 밖으로 걸어나오는 것이었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물결 퍼지듯이 이 열에서 저 열로 서서히 전해져 나갔다. “막시밀리안 신부다!” 프리치 소장은 권총을 쥐더니 한걸을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정지! 이 폴란드의 돼지새끼야!” 막시밀리안 신부는 침착하게 소장앞에 서서 말했다.

“저 사형수 중의 한사람 대신 내가 죽겠소.” 소장은 망연히 신부를 바라보았다. 그는 반대를 허용하지 않았고 반항하는 자는 권총 한 발로 간단히 쓰러뜨리는 잔인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신부의 위압적인 맑은 시선에 어쩔 줄 몰라하고 서있었다.

“누구 대신에 죽겠다는거냐?”

“저 사람, 부인과 아들을 가진 사람 대신입니다.” 신부는 슬피 울던 프란치스코 가조프니체크 중사를 가리켰다. 프리치의 호기심은 또다시 그의 잔인성을 억누를 수 있었다.

“너는 누구냐?” 짤막하면서도 엄숙한 대답이 나왔다.

“나는 천주교의 사제요.”

콜베 신부는 사제로서 죽고 싶어했다. 사제는 인간이 이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존엄한 특권을 보유한 사람이요, 주님의 성체와 성혈, 그리고 사죄권을 맡고있는 사람이다. 침묵이 흘렀다. 신부는 이 장엄한 평화속에서 미사를 올리고 있는 듯 했다. 마침내 수용소장 프리치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함께 가라.”

그후 수용소에서는 잔인한 폭력이 사라졌고 그의 희생은 많은 포로들의 목숨을 구했다. 아사방에서도 기적이 일어났다. 그때까지 아사방에서는 저주와 고통의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그들에게는 그들을 돌보아줄 목자가 함께 있었으며, 그곳에는 기도소리가 울려퍼졌다.」

마침내 1941년 8월 14일 성모승천 전날 성실하신 성모님께서는 성모님의 최고의 영광을 기념하기 위해 전 교회가 준비하고 있을 때, 이 위대한 순교자,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 성인을 찾아 오셨습니다. 어릴때 신부에게 보여주셨던 저 희고, 붉은 두 개의 관을 손에 쥔 채 그를 찾으셨던 것입니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슴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요한 15,13)

2025. 8. 14. 성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아침에 김원율 안드레아

입력날짜 : 2025-09-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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