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월 6일 자 복음에서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 원로들은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내지 않는 것이 합당합니까?”라고 예수님께 묻습니다. 이들의 의도는 당시의 사회적 환경이나 정치적 상황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들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에게 말로써 올무를 씌워, 어느 쪽으로 대답하여도 예수님을 비난하고 고발하려고 생각하였습니다. 만약 세금을 내어야 한다고 답하면 당시 로마에 항거하는 열심당원과 민족주의자 앞에서 배반자의 틀을 씌워 비난하려고 하였으며, 세금을 내지 말라고 한다면 로마 황제에게 거역하는 사람으로 고발하고자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들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슬기롭게 대처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사제와 원로들의 교묘한 정치적인 물음을 신앙적으로 돌리심으로써 그들의 의도를 무너뜨리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려 드려라.”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리고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은연중에 ‘너희들의 삶은 누구의 것이냐?’라고 묻고 계십니다. 그리고 ‘너희들의 삶은 누구에게 돌려드려야 할 것이냐?’라는 물음을 던지십니다. 이 물음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해당됩니다. 우리의 삶은 누구의 것이며 누구에게 돌려드려야 합니까?

 

무엇이 황제의 것이고 무엇이 하느님의 것입니까? 당시 화폐는 권력을 뜻했습니다. 화폐에 통치자의 초상화와 글이 앞 • 뒷면에 새겨진 화폐가 쓰여지는 지역까지 바로 그의 영역에 해당했습니다. 통치자의 모든 힘을 화폐가 대변하였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황제에게는 돈을 돌려주고 하느님께는 여러분 자신을 돌려드리십시오.”라고 말하였습니다. 화폐에는 인간의 모습이 담겨있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하느님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오늘날 황제의 것은 국가의 공권력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집니다. 인간은 국가라는 공동체의 유지 발전을 위하여 국가의 권위와 공권력에 복종해야 한다고 교회는 요구하고 있습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897항~1900항)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라고 배웠지만 우리가 이 세상에서 구체적 삶을 사는 동안 우리는 사실 거의 모든 것을 우리를 위하여 쓰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위하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하여 세속에서 우리는 거의 모든 시간을 직장에서 또는 나의 건강을 위하여 나의 지식을 쌓기 위하여 소비합니다. 그러므로 일주일의 하루인 주일마저도 우리는 거룩하게 지나지 않고 나를 위하여 쓰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가 버는 것 중 열의 하나는 하느님과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써야한다고 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까?

 

세상의 물질적인 가치관으로 인하여 세상의 것, 즉 황제에게 우리의 모든 것을 바치고 하느님에게는 정말 아무 것도 바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우리의 삶과 신앙은 구별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은 결국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태어났으며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는 이 세상의 것은 아무 것도 지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교회의 상황과 관련하여 이 복음말씀이 큰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이 있습니다. 교회가 정치에 지나치게 관여한다는 비판을 받는 정치사제들이 황제의 것이란 없으며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하느님의 것이라고 말하면서 어찌하여 정의의 판단은 자신들이 합니까? 모든 것이 하느님께 귀의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어찌하여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지 않고 굳이 자신들이 나서서 세상의 모든 것을 심판하고 단죄하려고 합니까?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2007년 반포하신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Spe Salvi: In Hope: we were saved), 42항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에 엄청난 불의와 무고한 고통, 잔인한 권력으로 인해 사람들은 ‘과연 하느님이 정의로우신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고 일종의 도덕주의에 기인한 무신론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의를 이루는 하느님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어떤 하느님도 하시지 않은 일을 인간이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생각은 본질적으로 주제넘고 거짓된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엄청난 잔인함과 정의에 대한 침해로 이어졌습니다. 스스로 정의를 이루어야 하는 세상은 희망이 없는 세상입니다.”

 

(2017. 6. 6. 김원율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