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8일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대구시 소재 희망원의 처참한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였다. 이에 필자는 동 방송의 내용과 함께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름아래 행해지는 천주교 신부들의 위선과 가면을 이글을 읽는 분들에게 생생하게 전해드리고자 한다.

 

희망원은 1958년 부랑인과 고아, 가족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하여 설립되었고 1980년 어렵고 소외된 사람을 돌본다는 가톨릭 정신의 취지에 따라 천주교회의 대구대교구가 이를 인수하여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2014년부터 2년 8개월 동안 희망원에서 1200여명 수용인원의 약 10%인 129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연 ‘사랑과 헌신’의 상징이었던 천주교회가 운영해온 희망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임대관 씨는 10세에 부모가 이혼하고 거리생활을 하던 중 대구 희망원에 수용되어 1964년에서 1970년까지 7년간 그곳에서 생활하였다. 그는 당시 희망원 생활은 절망 그 자체였다고 회상하고 있다. 폭력과 배고픔, 추위는 일상이었고 너무 원산폭격 기합을 받아 마루에 머리를 박고 잠잘 정도였으며 개 줄로 묶어 감금하여 소변, 대변도 볼 수 없었다고 하였다. 밤낮없이 얻어맞고 어떤 경우 3일간 연속하여 사람을 때려,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였고 많을 때는 하루에 세 명, 평균 잡아 일주일에 5명은 죽었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사체를 금방 처리하지 않아 죽은 지 3, 4일이 지나 심지어는 쥐가 눈을 파먹은 시체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죽을 만큼 맞았지만 지금 살아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하였다. 그는 ‘희망원에 인권은 없다’고 단언하였다.

 

그런데 1980년 가톨릭 교회가 희망원을 인수한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이 방송은 전하고 있다. 강정연(가명) 씨는 희망원에서 25년을 거주하였는데 한 방에 24명에서 26명을 집어넣어 생활하게 하였고 한마디로 방치하였다고 했다. 1994년 폭서가 지속되었던 한 해 찜통같은 방 하나에서 24명이 생활하는데 가히 지옥이었다. “신부님 수녀님에게 얘기해봐야 소용없고 그냥 가서 담당 선생님한테 얘기하라는 거죠. 그게 다였으니까.” “제가 한 동에서 7, 8년을 살았는데 신부님, 수녀님이 그 동에 올라온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지금 강정연 씨가 한 말을 듣는 순간 과연 어려운 분들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이라도 품고 있는 분들이 이러한 신부님, 수녀님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그러면서도 입만 열면 ‘어렵고 소외된 약자를 위한 교회’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인권 유린과 인권사각지대로 1987년 알려져 세간의 공분을 샀던 형제복지원에서 12년간 죽은 사람은 513명이었다. 그런데 2년 8개월간 대구 희망원에서 죽은 사람은 수용인원의 10%인 129명이었다. 인권이라는 개념조차도 희미하였던 1980년대 그토록 국민이 분개하였던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사망자보다도 2010년대 중반 그토록 봉사와 희생, 하느님의 자비를 말하던 천주교회가 관리하는 복지시설에서 더 많은 사람이 죽어나간 것이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알려지고 전국의 복지시설에 대한 일제점검이 벌어졌지만 희망원은 가톨릭 재단이 관리한다는 이유로 이때 점검에서 벗어났다.

 

희망원에서 6년간 자원봉사를 하였던 민수진(가명)씨는 매년 1000명 이상이 자원 봉사하는 데 봉사자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생활인들을 접촉할 수 없고 예컨대 정원 청소라든지 한정된 일만 하는데 자신은 생활지도사와의 친분으로 생활인에게 봉사 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놀랄 일이 벌어지는데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밥을 먹이는데 눕혀놓고 완전히 양팔을 다리사이에 끼워 올라타다시피 하여 강제로 먹이는데 먹인 것을 수시로 뿜어내어 얼굴에 튀고 완전히 이는 고문이라고 하였다. 자신이 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인지, 학대하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렇게 하여 기도폐쇄, 기도질식으로 인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 희망원에서 병사의 원인 중에서 기도질식, 기도폐쇄 등으로 기록된 경우가 꽤 있었다.

 

그리고 희망원 직원들이 저녁 6시 퇴근하기 위하여 오후 4시 30분에 생활인들에게 약을 미리 나누어 주는데 이 약 성분에 클로르프로마진이라는 진정작용을 하는 약 (일종의 수면제)이 들어 있다. 저녁 먹기 전에 잠들 수 있고 실제 비틀거리면서 돌아다니다가 안전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으며 일반 의료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고 의사들은 증언하고 있다. 실제 자원봉사자들이 돌아다니면서 ‘저녁드세요.’ 하고 깨우지만 체력 약한 사람들은 푹푹 쓰러진다고 한다. 그리고 방송은 저녁 6시 앞 다투어 퇴근하는 직원 차량들의 장면을 내보내고 있다. 그리고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이들 생활인들만이 남게 되는 저녁이나 휴일에는 힘센 생활인이 동료를 폭행하는 무법천지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방송은 직원들에 의한 생활인에 대한 폭력, 심리안정실이라는 징벌공간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속에 갇힌 생활인들은 면담자를 만나고서도 공포에 질려 말을 하지 못하였다. 희망원 측은 이러한 폭력이 밖에 새나가지 않게 직원에게 철저한 입단속을 시켰다. 인근 아파트에서는 밤에 매맞는 소리인지 울음소리를 듣고 주민들 항의가 끊이지 않아 경비실에서 아예 희망원 연락처를 적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희망원 부원장(과거 대구시 공무원)이라는 사람이 1998년에서 2011년까지 13년간 서안나라는 지적장애를 지닌 여자를 자신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부려먹고 뇌성마비 아들을 돌보게 하면서 성추행까지 당하게 한 사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안나씨는 초등학교 2, 3학년수준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었지만 참으로 때 묻지 않은 천사같은 사람이었다고 같이 있던 사람들은 증언하였다. 2011년 12월 16일 서안나씨는 중증폐렴으로 큰 병원에 입원하였지만 희망원에서 하루 지나서 작은 병원으로 이송하여 엿새 만에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의사는 중증폐렴은 순간을 잡기가 어렵지 순간을 버티면 충분히 생존가능성이 있음에도 작은 병원으로 이송한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희망원 직원들은 기도폐쇄, 기도질식, 급성심정지 등 신속대처가 필요한 응급상황에서 희망원에서 불과 1.5km 거리의 119안전센터에 단 한번도 전화한 적이 없었다. 방송기자가 5분거리의 119안전센터를 방문하였을 때 119안전센터장은 단 한번도 희망원에서 전화받은 적이 없었으며 심지어 희망원에서 그렇게 많은 인원이 숨진 것도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은 자신들이 외부 연계병원에서 병원차를 부른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들 연계병원은 빠르면 20분 먼 병원은 1시간 거리에 있었다. 생명이 위급한 경우 1분1초가 중요하며 촌각을 다투는 위급상황에서 외부 연계병원에 연락하면서 시간을 다 까먹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 희망원 직원은 병원차에 환자를 싣고 가다가 죽게 되면 병원으로 가지 않고 차를 돌려 다시 희망원으로 돌려 그냥 병사로 처리한다고 폭로하였다. 병원에서 죽게 되면 사고사로 처리하여 절차가 까다롭고 귀찮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가려진 죽음에 대하여 내부 직원이 문제제기를 하여도 이들은 이런 저런 식으로 사건을 은폐하여 왔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연구에 대하여 그토록 반대하고 인공피임마저도 하느님의 뜻에 어긋난다고 반대하는 천주교회가 이토록 사람의 생명을 소홀히 취급하여 왔다는 것이 과연 믿겨지는가? 이들은 대외적으로 매일 생명 • 평화를 외치지만 진정 도움이 필요하며 외롭게 숨져간 희망원의 불쌍한 생명에 대하여 어떠한 신부, 수녀도 제대로 돌본 적이 없었다.

 

이런 희망원의 교회의 일탈에 대하여 내부의 투서가 대구 대교구에 전달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여기서 또 교회의 사랑을 잊어버린 냉혹한 일처리가 벌어진다. 대구 대교구에서 감사를 나왔지만 A4 용지 한 장에 모든 것이 문제없다고 된 보고서가 제출되고 말았다. 희망원의 횡령비리, 인권유린에 대하여 대교구의 공식해명을 듣고자 SBS기자가 전화하자 직원은 처음에 ‘신부님 안 나오셨습니다.’고 말하다가 다음에 기자에게 ‘신부님 전화 받기 곤란하다고 하십니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SBS가 정식공문을 보냈지만 이를 묵살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익히 보아온, 비리를 저지르고 기자를 피하는 타락한 세속인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또 한 가지 신자들을 분개하게 만드는 것은 희망원의 횡령 및 급식비리이다. 이들은 급식비리를 저질러 썩은 사과를 생활인들에게 공급하고, 바나나 13상자를 40상자로 부풀리고 단가조작을 하는 등 밝혀진 것만도 315백만원 이상을 횡령하였다. 그러면서 원장 신부는 비겁하게도 자신들은 관계가 없으며 하부 직원인 영양사의 개인비리로 치부하였다. 국정조사 팀이 희망원을 방문하자 직원들이 앞을 가로막는 장면이 방송에도 나온다. 신부님들 의견 청취를 위하여 신부님과의 면담이 마련되었는데 신부님들은 (필자가 보기에 최소 3명 이상 신부님이 참석) 모두 얼굴의 모자이크 처리를 원하여 신부님들 얼굴은 명확하게 소개되지 않았다. 신부님들이 떳떳하다면 무엇 때문에 굳이 자신들의 얼굴을 마치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처럼 흐릿하게 하는 모자이크 처리를 원하였을까?

 

SBS 기자에게 증언이 이어진다. “한번은 직원이 A시설 원장신부(시설별로 담당신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에게 생활인들에 대한 직원의 폭행을 이야기하니까 원장신부는 ‘한 울타리 내에서 이런 일이 생겨서야 되겠느냐? (구타장면을 )목격하고 한 건 알겠지만 물증도 없고 (네말) 그것 믿고서 처벌할 수 있느냐?‘그런 식으로 나오더라고요.” 기자가 다시 물었다. “그말 듣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직원 대답이 이어졌다. “천구교가 이렇구나, 이렇구나 싶고 신부님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또 다른 증언이 있었다. 원장신부의 영명축일 행사가 있는데 2, 3주전부터 직원들이 생활인들을 모아놓고 하루 한 시간씩 춤, 노래 연습시키다가 축일 전날에는 오후 시간 내내 총연습을 시켰다고 하였다. 이들에게는 생활인 1200명보다 한명의 원장신부가 더욱 중요했던 것이다. “생활인 식구들은 똥을 싸는지 오줌을 싸는지 다치는지 아무도 모르죠.” 방송에는 생활인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이 비쳐진다. “완더풀 완더풀 신부님 인생, 부라보 부라보 신부님 청춘” (‘아빠의 청춘’노래를 개사한 것이다.) 자신의 영명축일 행사는 진탕하게 차리면서 희망원 생활인들 1200여명이 어떻게 되든 말든, 사람들이 129명이나 죽어나가든 말든, 원장 신부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면서 천주교회는 사랑과 헌신, 하느님의 자비를 말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는 또한 국정감사 도중 9월 27일 일부 직원들이 예정된 독일 연수를 가려다가 대구시의 권고로 취소하였다고 말한다. 이들에게는 희망원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보다 독일 연수가 더 중요하였을까? 이들이 독일 가서 2차 세계대전 중에 학살된 유대인 추모비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희망원 관계자의 제보에 의하면 10월 14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희망원 내에서 대량으로 문서가 파기되었다고 진행자는 전하고 있다. 수십년간 인권유린의 진실을 폐기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이 방송이 지금까지 가톨릭교회가 행해온 헌신적인 모습이나 사회적 역할을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하였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비록 가정과 사회가 드러내기 꺼려하는 상처라 할지라도 숨기면 더욱 곪고 썩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보다 진실과 희망에 가까워지려면 이를 드러냄으로써 희망원내 생활인들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