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내리막을 타게 되었을 때, 마침 ㄷ씨를 만났다. 그는 과격할 만큼 비판적인 보수 우익 인사다.

『박근혜 대통령을 그렇게 신뢰하더니 요즘 기분이 어떠십니까?』라고 물었다, 내게.

『?』

느닷없이 들이대는 질문이기도 하고 아닌게 아니라 민심의 참을성 없음에 나도 당황해 있던 터라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더구나 그의 분노와도 비슷한 노여움은 송곳처럼 아프게 찔러서 우선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러자 최근에, 국학과 한문지식이 많은 한 연사가 TV에 나와서 좀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 준 일이 기억났다. 근대한국의 손꼽히는 고승(高僧)이었던 탄허 스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분은 생전에 이런 예언을 했다고 한다.

『월악산(月岳山) 앞의 물위에 달이 비치고, 그후 한 2십년쯤이 지나면 우리나라에 여자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분이 정말 그런 예언을 했을까싶은 생각부터 들었었다. 그러나 그 연사가 그런 말을 근거없이 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근거를 확실하게 내놓을 것이 분명한 연사다.

무엇보다도 이런 예언이 당시로서는, 그러니까 탄허스님이 생존하시던 그 시절에는 얼마나 뜬금없고 황당한 이야기였을까, 싶었었다. 그 시절까지는 월악산 앞에는 달이 떠서 비칠 「물」이 없었다. 태고 이래, 월악산 앞에는 달이 비칠 강이나 호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시절에 이미 입적을 한 분이 탄허스님이다. 그 월악산에 걸린 달이 물에 비치다니, 그게 무슨 허공에 뜬 말인가. 거기다가 여자가 대통령이 된다는 이야기는 또 얼마나 현실감이 없는가. 동화보다 허망한 생각이었을 시절이 그 시절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월악산 앞에 탄허가 떠나신 이후에 충주댐이 생기고 달이 비치는 세월이 마침내 된 것이다. 이런 모습을 탄허스님은 극락에서 무어라고 말하고 계실까. 마침내 박근혜대통령이 태어난 것에 대해서는 또 어떤 표정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실까.

지금으로부터 한 십수년 전의 일이다. 보수 우익의 너무도 진실하고 진지한 지도적 인사인 전직 외교관 출신의 ㅂ대사께서 어느날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가 만나자는 뜻인즉 『아무래도 이제는 대권 후보를 여성에서 찾아야 할 것같다. 누구가 좋겠는가 의견을 듣자』는 것이었다. 고지식하도록 순수한 분이어서 정치적 판단 같은 것이 현실감이 없는 분이기는 했지만 우국하는 마음의 절실함이나 열정, 그리고 그런 뜻을 실천하는 노력의 적극성에는 고개가 깊이 숙여지는 분이다. 그런 분이 하는 말이어서 우스개나 농담으로 치부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얼핏 핀잔의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는 것을 참아야 했다. 그 때만해도 「여성 대권후보」를 논할 계제가 도무지 아니었다. 박이 터지도록 자고 새면 대권 후보 경쟁에 피투성이가 벌어지는 나날이 당장 벌어지고 있는 시기였다. 그런데도 ㅂ대사는 여전히 여성 대통령타령을 하며 그분이 이끄는 모임의 월례모임에 박근혜씨를 연사로 초청했다. 연설회가 끝나자 ㅂ대사는 주최측 권한으로 마이크를 장악하고서 『우리는 박근혜 대표를 대권후보로 모실 생각이다』라고 말해버렸다. 그 때, 참석한 사람들의 거의가 좀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본디 현실감이 좀 결여된 분이라고 생각되는 ㅂ대사이긴 하지만, 혼자서 이런 선언을 하는 것에 「우리」라는 보따리로 포함된 일이, 참석자들에게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설마하니 그런 일(여성 대권 후보)이 그렇게 가까운 장래에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환상적 예단이 웃음거리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고 거기 휩싸여 선언한 집단에 들었다는 것이 어이 없었다.

그러나, 그러나 어마어마하게 숱한 변수들이 급속하게 작용하고 휘몰아쳐서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시대」는 실현이 되고 말았다. 그것이 오늘이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만난 ㄷ씨가 이런 분노 섞인 의문을 품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무릇 지지도의 추락이란 무엇인가. 여론조사라는 것을 해서 수집하는 결과를 가지고 내리는 결론이다. 대통령의 국정 능력에 실망해서 떠나버린 사람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지지도가 내려앉은 것이라고 한다.

왜 내려앉은 것일까.

세월호에 이어 너무 긴 세월 동안 묵어온 온갖 부정부패들이 노정되고 있다. 군대내에 푹푹 상해서 덮여 있던 오물들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척결하려는 의지가 직사의 광선이 되어 정조준을 하면 어느 곳이든 어김 없이 쏟아져 나오는 악취의 적폐들이 한없이 드러나고 있다.

이 숨막히는 부정과 부패의 찌꺼기는 언제까지 갈 것인가.

그런데, 이런 것들이 지금이라도 드러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조만간 질식하고 말지 않았을까.

그 뿐인가 비수를 품고 이를 갈며 나라가 잘못되기를 비는 좌파 종북 세력들은 그런 오물과 돌출물을 휘저어 공중에 뿌리며 굿판을 멈추지 않는다. 마침내 최대의 우방국 대사를 향해 신새벽 식탁에서 살육에 가까운 방식의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또 언론은 아주 이상하다. 국민이 궁금해 하는 일이 청와대 3인방이니 「늙고 고집센」비서실장 같은 것에만 있는 것처럼 부글대고 있다. 그래서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향후 국정의 방향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것은 언론들은 전혀 대변하지 않고, 알맹이도 없는 문건 유출 같은 것에만 정력을 쏟아붓고 그 선정성에만 매달리다 말았다. 무슨 「톡」이니 「s n s」에 떠도는 깨어진 말들에만 한사코 매달리다 말았다. 비방세력이 대주는 말놀이에 얹혀서 그것만 퍼다 나르는 일에 함몰되다가 마치 그것이 언론의 본래 사명인 것처럼 되어버린 이상한 세력들.

그렇게 상반기가 흘러갔다.

그럴 때 우리 앞에 중동외교를 끝내고 돌아온 대통령의 단정하고 반듯한 모습을 보는 일은 간신히 우리를 지탱하는 새로움이었다. 신뢰를 일깨워 주는 의심없는 끈 같은 것이었다. 돌아오는 걸음 그대로 한달음에 달려가 동병 상련하는 인정의 말로 테러 당한 미국대사를 위문하는 모습은 알맞은 태도였고 품위도 있었다.

그래서 ㄷ씨의 분노한 질문 때문에 돌아본 「박근혜시대」에서 나는 아직 실망에의 동조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 땅의 한 최고 고승을 통해 예언한 여성 대통령의 출현 뜻은 「대한민국의 국혼」이 마련한 것일 것이다. 여성 대통령으로 「대한민국 국혼」이 선택한다면 누구를 택하겠는가. 총리공관에 앉아 뇌물을 받아먹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는 여성 정치인이나 비수를 품고 기회만 있으면 나라를 흠집내려는 종북 세력에 얹힌 여성이겠는가.

이제 ㄷ씨에게 대답할 말이 생각났다.

우리 이렇게 외쳐보자고.

『힘내어라!! 박근혜. 그래도 우리는 당신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