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 년중 15주일의 복음은,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그를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 놓고 가 버렸다. ... 그런데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루카복음 10장 30절과 33절 34절)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서울교구 주보에 생명의 말씀 강론난에서, P신부님이 루카복음 10장을 이렇게 설명하여 썼습니다.
“오늘 복음을 ‘개인들’사이의 사건에서 ‘사회’ 혹은 ‘세계’의 범위로 확장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사실 아시아나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빈민촌(비위생적 거주지역)에는 전세계 인구의 40%가 밀집하여 살고 있습니다. ‘이 빈민촌은 초주검이 되어 쓰러져 있는 우리의 이웃 사회가 아닐까?”
“우리는 도처에서 ‘주님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탐욕을 자유로, 무자비한 침탈을 경쟁으로 교묘하게 포장한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일류선진국’이란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죽음의 길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라고 선진국에게 요청을 하려는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신부님이 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신부님이 정의감을 가지고 선진사회에 대하여 좀 과격한 표현을 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신부님에게는, 신자들의 인생에 아주 중대한 영신생활을 돌보고 가르치며 모범이 되어야 할 큰 사명과 바쁜 나날이 있습니다. 신부님에게 저개발국의 빈곤의 원인과 대책이라든가, 선진국가 경제시스템의 구조와 개선책이라든가 에 관한 제대로 된 견식까지 갖추어 달라고 기대하는 것이 무리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신부님이 강론대나 글에서 ‘사회정의’와 ‘빈곤대책’과 ‘인권’을 정면으로 논하시겠다면, 말과 글을 정확하게 쓰려는 지식인의 의무를 다 하셔야 하고, 세상일에 대하여 온당한 판단을 내 놓으려 애 쓰셔야 하며, 사리에 맞는지 항상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지금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상당히 많은 조사들이 이루어졌고, 아주 많은 경험과 견식들이 축적되어 있는 시대입니다.
선동 선전에 나오는 문구를 함부로 쓰거나, 자기도 그 출처를 모르는 구호를 습관처럼 쓰거나 하면,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이 비록 얌전하게 듣고서 집에 돌아가지만, 그들의 마음속에서 사제에 대한 신뢰는 자꾸 저하되어 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P신부님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빈민촌이 초주검이 되어 쓰러져 있는 우리의 이웃 사회가 아닐까?” 라고 썼습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빈민촌을 초주검이 되어 쓰러져 있다고 표현하므로 써 강도당한 피해자들이라는 암시의 글입니다.
또 P신부님은 “우리는 도처에서 ‘주님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탐욕을 자유로, 무자비한 침탈을 경쟁으로 교묘하게 포장한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일류선진국’이란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죽음의 길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라고 썼습니다.
이 시대에, 자유는 탐욕의 포장이고 경쟁은 무자비한 침탈의 포장이며
신자유주의는 죽음의 길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루카복음 10장에서 본받을 행위로서 착한 사마리아인에게 포거스를 두셨습니다. 그런데 P신부님은 같은 복음을 두고서 ‘사회’ ‘세계’ ‘선진사회’를 초점으로 두었습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빈민촌이 강도당해서 빈민촌입니까?
자유경제의 경쟁체재가 죽음의 길입니까?
16년간 세계은행의 저개발국 지원담당을 해 오다가 현재 뉴욕대학교의 교수직으로 옮긴 윌리엄 이스털리는 저개발국 빈민에게 애착을 가지고 성실하게 현장을 조사하고 연구를 해온 실무자 겸 학자입니다.
이스털리 교수는 그의 저서 ‘화이트맨스 버든’의 서두(書頭)에서, 영국수상 고든 브라운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원조를 배가(倍加)하고 빈국을 위한 새로운 마샬플랜을 세우자고 감동적으로 연설한 것을 평하여, 이 훌륭한 연설이 그동안 가난한 나라에 대한 원조가 왜 실패했는지를 모르는 정치연설에 지나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이스털리 교수는, 1857년의 로버트 오웬의 자선적 지원을 똑 같이 닮은 2005년의 제프리 삭스교수의 용기와 동정심을 가진 국제원조 이론이 왜 실효성이 없는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외국원조에서 그동안의 계획자들(Planners)은 좋은 의도로 돈을 보내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지만, 탐색자들(Searchers)은 할 일을 찾아내서 보상을 받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계획자들은 기대만 높이면서 책임이행을 요구하지 않지만, 탐색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그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한다. 계획자들은 전 세계적 청사진을 적용하지만, 탐색자들은 구체적으로 시장의 현장에서 적응한다. 계획자들은 꼭대기에서 밑의 사정을 모르지만, 탐색자들은 밑의 현실을 잘 아는 현장사람들이다.
계획자들은 가난을 기술적 공학적인 계획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대답을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탐색자들은 가난은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제도적 기술적 문제들이 얽힌 내용이라 미리 해답을 알 수 없다고 겸손하게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별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라고 이스털리 교수는 지적합니다.
그는 “2005년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서 샤론 스톤이 탄자니아 어린이들의 마라리아 질병을 예방하는 모기장 구입을 위한 모금호소를 하여 즉석에서 100만 달러를 모았지만, 왜 그동안에는 계획자들이 모기장을 어린이들에게 도달시키는데 실패했는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보건소로 가는 계획을 세워서 모기장을 사서 보내면 현장에서는 물고기 잡는 어망이나 결혼 면사포로 흘러가 버린다.” 라고 예를 듭니다.
서방의 계획자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원조를 500억 달러로 증액하는 것을 논의 중이지만, 이스털리 교수는 계획자들의 사고방식을 가지고는 결코 빈국의 가난을 해결할 수가 없는 이치를 설명합니다.
스스로 시장에서 고생하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열심히 일하는 탐색자들이 보상을 받는 인센티브를 갖게 해야 비로소 빈곤을 벗어 날수가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 예로서 빈국으로부터 선진국이 된 홍콩 한국 싱가포르 대만을 들고, 거대한 두 빈국인 인도와 중국이 년간 7150억 달라의 소득증대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착한 마음과 열심한 노력을 하는 선의의 나라나 정치인들까지도 많은 자금원조와 좋은 계획들만으로는 빈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하믈며 선동이나 하고 구호나 떠드는 사람들이 아무 도움이 못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이 강도당했기 때문에 빈민촌으로 남아있다고 암시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것은 빈곤의 본질을 모르는 소리입니다.
아주 가까이 본당신자들을 관찰해 보시드라도, 학력도 없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사람이지만 어머니로부터 ‘정직해라 부지런해라 항상 남을 도와 주어라’고 훈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 자수성가하여 이웃에게 좋은 표양이 되고 본당일에도 봉사를 잘 하는 예와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한편 부모의 혜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수시로 부모의 도움을 받아도 자기의 생활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사회경제체제의 잘못 때문이라고 분개나 하고 자립을 못하니까 본당일에 봉사할 여유도 없는 신자의 예와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과 가족의 교육과 가치관 대신 “사회와 세계의 범위로 확장하여 이해”하는데 중점(重點)을 두는 것이 바로 사회주의적 사고방식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18세기부터, 특히 20세기에 들어와서 여러나라에서 피비린내 나는 혁명들을 해 보았습니다.
“선진국들이 약소국들을 가난하게 만들었으며 사람들의 가난은 부자 때문이다”고 선동과 선전을 하면서, 혁명을 한 레닌의 사회, 모택동의 사회, 카스트로의 사회, 김일성의 사회는 모조리 예외없이 처참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P신부님은 우리가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미망에 사로 잡혀 죽음의 길을 밟고 있다는 뜻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란 말’을 바꿔 쓴 말이 ‘신자유주의라는 말’입니다.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 책을 써서, 시장경제를 “자본주의”라고 명명(命名)한 이래, 레닌 등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이 세상 모든 불의와 악(惡)의 심볼로 삼았습니다. 마르크스나 레닌은 선동과 선전(agitation & propaganda 아지프로)의 탁월한 전략가들이며 선수들입니다.
그래서 잘 속아주는 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서로 살아가는 사회(社會)를 주의(主義)로 삼는 것(socialism)이 마땅하고, 자본(資本) 즉 물질을 주의(主義)로 삼는 것(capitalism)은 나쁘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혁명가들의 역사적 용어전술(用語戰術)이 성공한 예입니다.
그러나 이 아지프로의 용어전술인들 인간역사의 진실 앞에서는 견뎌낼 재간이 없습니다.
프롤레타리아 번영의 소련, 문화혁명기 약진운동의 중국, 가난한 이들이 살맛나는 카스트로의 쿠바, 김일성의 지상낙원 등은 인간역사상 가장 비인간적인 궁핍과 공포의 거대한 감옥나라임이 밝혀졌습니다.
사회주의를 시도한 경제는 무너져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굶주리고 더 궁핍해지지만, 인민들에게 자유와 경쟁을 하도록 하는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경제에서는 우선 가난한 사람부터 생활수준이 향상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모든 나라의 예외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1970년대 말 이후의 인도와 중국이 그랬고 1980년대 이후의 베트남이 그랬고 1990년대 이후의 동유럽이 그랬습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도 그렇습니다.
땅 속에서 원유가 나오는 나라 중에는 아직도 공짜 기름을 팔아서 함부로 돈을 나누어 주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하는 베네주엘라의 차베스같은 지도자가 있기는 합니다 마는 풍부한 매장원유를 가지고서도 나라는 거덜 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을 인간답고 풍요롭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체제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라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자,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선동 선전의 약효가 다 된 ‘자본주의는 악(惡 )’ 이라는 용어 대신, 요사히 몇 년 사이에 ‘신자유주의는 악(惡)’이라는 새로운 구호(口號)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구호는 자유시장경제를 매도하는 좌익의 새로운 선동 선전문구입니다.
선진국 무역회의가 열리는 도시를 따라다니면서 거의 빠짐없이 급진주의자들의 데모에 등장하는 구호가 신자유주의 매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애용하면서, 인간의 고통은 신자유주의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P신부님은 새로운 선동 선전의 구호인 ‘신자유주의’를 쓰신 것입니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똑 같은 자유시장경제를 놓고 사회주의자들이 욕하려고 쓰는 용어입니다.
자유시장경제에서는 시민들이 거주지선택 직업선택 사업투자선택의 자유를 갖습니다. 자기가 열심히 공부하고 닦은 기술을 가지고 제약회사에서 필요한 연구원 직책 2군데에 가고 싶지만 응모자가 5명이면 3명은 그 대신 식품회사 검사원이라도 택해야 하는 경쟁이 따릅니다. 어떤 농민은 다른 농민이 지난해에 수익을 많이 올린 도라지재배를 따라하였다가 손해를 보았지만 다른 농민은 아무도 안하는 꽃 재배에 투자하였습니다. 온실을 만들고 고생하고 있는데 수익이 높을 수도 있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것이 시장경제의 자유경쟁입니다. 경쟁이 없으면 게을러지고 소비자의 이익을 무시하는 것이 인간성의 한계입니다.
경쟁을 없애고 모두 편히 살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사회주의에서는 사람들이 계획(計劃)과 감시(監視)와 제재(制裁)의 지옥 속으로 들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자유와 경쟁을 ‘실제로는 탐욕과 침탈의 교묘한 포장’이라느니, ‘신자유주의의 미망에 사로 잡혀 죽음의 길로 간다’ 느니 하는 표현은 급진사회운동의 운동가들이 아지프로 하는데서나 나옴직한 용어선택입니다. (2010년 7월 24일)
